55호 소식지

작성일
2025.01.13

틴스타 교사의 시노달리따스

양주열 신부

(한국틴스타 대표)

 

교황님께서는 전 세계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시노드에 초대하셨습니다. 시노드는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걷는 여정으로, 전 세계 주교님들이 교회의 현안을 논의하시는 회의인데, 이번 회의의 주제가 바로 시노달리따스, 즉 함께 걷기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엇’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주교님들께 백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오기를 청하셨습니다. 그래서 서로 만나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경청하는 가운데 식별하며 결정할 것입니다. 그 결정에 대해 동반하면서 다시 함께 걸을 것입니다. 함께 만나고 경청하고 식별하고 동반하는 것이 시노드입니다.

이번 재교육에 많은 분들이 참석하셨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나, 동성애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 교회가 잘했나, 잘못했나 이런 질문을 가지고 참석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체 과정 안에서 이제는 동성애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보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틴스타 교사들은 현장에서 만나는 동성애자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동반할지 다시 함께 걷는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재교육 과정 안에서 누구를 비난하고 단죄하거나 때로는 불쌍하게 여기는 것이 모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변화를 요구하지만 비난은 그를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 안에서 참된 가치, 특별히 우리가 나누었던 참된 사랑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달았을 때 우리는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될지를 알게 됩니다.

우리가 개별적인 인격 존재인 자녀로 태어나서 성장하고, 혼인을 통해서 부부가 되고, 자녀를 출산함으로써 부모가 되는 여정 자체가 인격적인 성장의 과정입니다. 이 안에는 인간의 성적 특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성적 특성 안에서 인격의 완성과 구원을 향해서 나아갑니다. 성은 단순히 호기심이나 욕구를 넘어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으며, 우리는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그 과정 안에서 각자가 처한 다양한 조건들, 태어날 때부터 있던 성향이거나 삶의 역사 안에서 겪었던 어려움의 결과일 수도 있고, 때로는 온전한 가치를 깨닫지 못한 채 혼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되는 그들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깊은 공감과 식별

가톨릭 교회의 구원은 공동체적입니다. 이성애자만 구원 받고 동성애자는 구원에서 제외되는 것은 예수님도 바라시지 않습니다. 깊은 공감과 이해로 그들을 동반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분명한 것은, 진리와 사랑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깊이 공감할 것과 지켜야 할 가치를 식별해야 합니다. 실천은 사람의 몫이지만 기준은 하느님이십니다. 특별히 거절되고 비난받으며 참된 사랑의 가치를 잃게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성령과 베드로와 고르넬리오

이와 관련하여 제가 오늘 하고 싶은 첫 번째 이야기는 고르넬리오와 베드로의 이야기입니다. 사도행전 10장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이번 시노드에서 강조하는 구절입니다. 이방인이었던 고르넬리오는 세례를 받지 않았지만 열심한 신앙생활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꿈에 성령이 나타나서는 사람들을 베드로한테 보내라는 계시를 받습니다. 베드로는 낮잠을 자다가 하늘에서 먹지 못하는 짐승들이 내려오고 성령이 그것들을 잡아먹으라고 하는 환시를 봅니다. 고르넬리오가 보낸 사람들을 따라 고르넬리오의 집에 간 베드로는 깜짝 놀랍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물세례를 받기 전에 이미 성령 세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복음을 설명하고 물세례를 주게 됩니다. 그리고 이방인들과 함께 식사를 한 것 역시 문제가 됩니다. 당시 율법에는 이방인들과 밥을 먹으면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드로는 이건 성령께서 이끄신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 가지, 성령의 활동, 제자 베드로의 활동, 그리고 이방인 고르넬리오로 대표되는 백성들입니다. 이 셋 중에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그리스도교 신앙이 아닙니다. 이 셋이 함께 함으로써 이방인들에게 세례를 주게 됩니다. 만약 성령이 없다면, 인간들끼리의 정치적인 결합이 됩니다. 만약 고르넬리오가 없으면 성령과 사도들의 자기 참조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사도들이 없다면, 고르넬리오는 성령이 하는 방언의 내용을 알아차릴 수가 없을 것입니다. 결국 하느님의 일은 이 세 가지가 다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가치, 틴스타 교사, 동성애 성향이 있거나 동성애 행위를 하는 사람들 모두 함께해야 합니다. 틴스타 교사가 없이 교회가 이들에게 직접 말한다면 이들은 교회의 가치를 알아 듣지 못하고 거부할 것입니다. 동성애와 관련된 사람들이 없다면 틴스타 교사는 자기 참조가 될 것이고, 성령의 도움 없이 인간적인 노력만으로는 이들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했던 이 과정도 시노드 여정입니다. 하느님과 함께 가는,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과정입니다. 여러분은 신앙과 인간의 가치를 가지고 함께 걷는 여정 중에 있습니다.

간음한 여인

또 하나의 이야기는 요한복음 8장의 이야기입니다. 간음한 여인이 붙들려옵니다. 예수님께서 죄 없는 사람이 돌을 던지라고 말씀하시자 나이 많은 사람들부터 돌을 놓고 자리를 떠납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는데, 상처받은 사람과 더 많이 상처받은 사람들이랍니다. 나이 많은 사람부터 돌을 놓고 떠났다는 이야기는, 그들이 겪은 어려움과 상처가 더 컸다는 것과, 그 때문에 죄인을 상처받은 사람으로 볼 수 있게 되었음을 말해줍니다. 그 죄의 원인이 상처였다고 이해한다면, 그 죄는 단죄해서 끝나지 않고 치유해야 할 과정이 됩니다. 삶의 경륜과 상처는 공감과 연민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돌을 던지려고 했던 사람들에게도 공감하고 신뢰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지키던 것이 옳기 때문에 그들에게 돌을 던지라고 말씀하시면서 동시에 그들이 단죄에서 끝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바라볼 수 있게 하셨습니다. 자신을 살펴보고 여인을 살피고 예수님의 목소리에 온전히 응답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연민과 동시에 그들이 지키던 율법의 가치를 어떻게 실천할지를 보여주신 것입니다.

하느님다움을 회복하도록 동반하기

틴스타 교사에게는 동성애와 관련한 여러 상황들에서 깊이 공감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동반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정말로 새로운시선이 필요합니다. 단죄하는 일도 옳은 일이고 깊은 연민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는 일도 또 하나의 길입니다. 하지만 제3의 길은 결국 그들을 끝까지 사랑하는 것입니다. 신뢰하고 희망하면서 연민을 넘어서 하느님다운 인간의 본래의 품위들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다리 놓기’라는 책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존중과 공감과 함께 민감성을 이야기합니다. 민감성이라는 것은 깊이 공감하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지킬 것을 지키는 섬세함입니다. 그래서 이번 모임 전체 과정들을 통해서 우리는 이 민감성을 가지고 밀어내거나 배척하지 않고, 설득하려고 하는 것도 아닌, 지켜야 할 것을 분명하게 하는 작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모임이 마무리 된 지금 우리는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성적 특성을 지닌 인간 존재가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인격적인 성숙과 사랑의 완성을 통해 하느님다움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와 다른 성적 특성과 생각과 입장을 가진 사람도 함께 하느님 앞에 나아갈 수 있도록 끝까지 동반하는 것이 바로 틴스타 교사의 시노드 여정임을 알게 됩니다. 올 한해 다방면에서 동반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2022년에도 함께 가는 길에서 만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