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복음』 반포 30주년을 맞아
작성일2025.03.25
『생명의 복음』 반포 30주년을 맞아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사셨습니다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과 『생명의 복음』
손호빈 신부
(한국틴스타 대표)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은 가브리엘 천사가 동정 마리아에게 나타나 예수님을 잉태하여 그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는 알림을 기념하는 날입니다(루카 1,35 참조).
이 대축일에 우리는 하느님을 향한 마리아의 용기있는 ‘예’라고 했던 응답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구원자 그리스도의 육화 또한 기념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실 수 있었던’(요한 1,14 참조) 것은 세상에 태어나기 전 9달 동안 여성, 곧 어머니의 뱃속에 사셨기 때문입니다.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은 교황 회칙 『생명의 복음』의 반포일과 일치합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1995년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모든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불가침해성에 대한 이 예언자적 문서를 전해주셨습니다. 대축일과 『생명의 복음』 반포라는 사건에 자리한 깊은 연관성은 모든 인간 생명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에 대한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강조합니다.
루카 복음서는 우리에게 성령으로 말미암아 마리아의 태중에 그리스도께서 잉태되었다고 전해줍니다. 그리스도께서 처음 사람의 몸을 취하시고 우리 가운데 사신 곳이 바로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태중이었습니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도 어머니의 사랑하는 마음의 피난처 아래에서 자라고 성장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의 육화를 통해 우리 인간성을 충만하고 내밀하게 나누고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모든 간극을 연결하며 몸소 우리와 함께 살기를 원하셨습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아들이신 바로 그분께서 당신의 강생으로 당신을 모든 사람과 어느 모로 결합시키셨다.”(『사목 헌장』, 22항)고 가르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중 한 사람으로서 우리 가운데 사시길 원하십니다. 다시 말해 그 분께서는 우리를 구원하시길 원하십니다. 이 사실은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생명이 지니고 있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생명의 복음』, 2항)를 계시해 줍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창조주 하느님을 닮은 모상 안에서 창조되었고, 하느님의 모든 삶을 함께 나눕니다. 이 사실은 “인간 생명의 위대함과 측량할 수 없는 가치”(『생명의 복음』, 2항)를 계시합니다. 인간 생명은 “이 세상에 하느님을 증언하는 존재이고, 그분께서 존재하신다는 표징이며, 그분 영광의 흔적”(34항)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창조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하느님의 표지”(35항)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인성을 취하심으로써 우리가 영원토록 당신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당신 신성으로 초대해주십니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복음, 인간 존엄성의 복음, 생명의 복음, 이 셋은 하나이며 분리할 수 없는 복음”(2항)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의 지상 ‘내려오심’을 통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늘나라로 ‘올라가길’ 원하십니다. 그래서 생명의 복음을 선포한다는 것은 우리 가운데 사시기 위해 오신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것이며, 하느님께서 이 사명을 우리 모두에게 맡겨주셨음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