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호 소식지

작성일
2025.01.13

생식력 자각으로의 초대

김혜정 베로니카
(한국틴스타 프로그램디렉터)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의 일입니다. 2006년 8월, 오스트리아에 모인 국제 틴스타의 회원국들은 각국의 활동 발표를 들으며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고 있었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던 한국 틴스타를 따라간 제게 여러 나라의 코디네이터들이 틴스타 프로그램을 적용하며 직면하게 된 상황을 발표하고, 서로 자국의 일처럼 공감하는 모습은 ‘함께’하는 틴스타라는 것을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TeenSTAR program is focused on fertility awareness!!”

그 때, 발표를 지켜보고 있던 한 교사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저의 귀에 꽂히듯 들렸습니다. 한나 수녀님의 현장 파트너 교사로, 부모 모임 등의 틴스타 프로그램을 구체화했던 Mary Lou Bryant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리고 2022년 11월, 한국 틴스타 전국교사 모임에서 마치 그 때를 재연한 것 같은 상황이 있었습니다.

정교사 자격증 수여식 전 함께 읽는 선서문에도 나와 있듯이, 틴스타 교사는 틴스타 프로그램의 핵심이 생식력 자각이라는 확신을 자신의 삶 안으로 통합하는 사람입니다. 그 통합의 과정을 통해 틴스타 교사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하며 인격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동반해주게 됩니다. 이번 전국교사모임도 그 사실을 다시 새기고, 한국틴스타의 ‘바른 길’을 점검해보는 기회였다고 믿습니다.

자신의 몸에서 생식력을 자각하고 총체적으로 통합해가는 것은 몸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함께 몸과 자기 자신을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일치시켜 나가는 과정입니다. 자신의 생식력을 자각하는 과정에서 고유한 ‘여성성’, ‘남성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그 고유한 여성성과 남성성을 토대로 우리의 사랑은 또 다른 나에게로 흘러가게 됩니다. 그 사랑의 흐름 속에 생명 출산 능력(생명 전달 능력) 또한 있음을 깨닫게 되고, 성적인 존재로서 자기결정능력을 언제,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지를 숙고하게 됩니다.

틴스타 교사들이 이 길고, 수고스러운 과정에 동반하는 이유는 이 세상 사람들이 생명과 성, 사랑에 대하여 책임감을 가지고 응답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거제도 3개 본당(장승포,옥포,장평) 연합 워크숍을 주관한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의 이정원 데오필라 수녀님이 워크숍이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을 독려하며 톡방에 올린 글을 옮겨봅니다.

“어제는 우리 몸 안에 하느님께 받은 생명의 질서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과 진실을 구체적으로 직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매일매일 감정기록과 점액관찰기록을 통해 내 몸의 생식력을 직접 자각해보기로 해요~”

언젠가 K수녀님과 ‘성인을 위한 틴스타(총체적인 성)’교안을 만들기 위해 작업을 3개월 동안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녀님의 생식력 자각과 개별면담은 빼놓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여정의 말미에 수녀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느님을 만나고 싶어 수도회에 입회하였는데, 정말 어려웠어요. 그런데 정작 제 몸에서 하느님을 찾았어요.”

그 기쁨이 어떠했을지 모두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우리가 자기 몸에 깨어 사랑하는 이에게 진리의 사랑으로 잘 닿을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길 청해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