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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욱(틴스타 본부교사/추계예술대 4학년)


생명과 함께한 여행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는 소명을 시작하게 된 뒤 나에게 그 소명이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도 컸다. 호주 시드니에서의 10일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아주 커다란 생명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음에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틴스타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나의 성장에 얼마나 커다란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시드니에서의 만남
낯선 곳에 가는 여정은 언제나 두 가지의 감정이 앞선다. 첫째는 기대감이고 둘째는 두려움이다. 비행기로 밤을 건너고 아침 햇살과 함께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다. 세계 청년대회 깃발들과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나의 마음에 두려움을 없애고 기대감은 넘치도록 만들었다. 공항에서부터 풍기는 축제의 분위기로 나는 들떠 있었다. 나의 들뜬 기분을 가라앉혀 준 것은 바로 틴스타라고 쓴 작은 종이였다. 항상 틴스타와 함께하기 때문에 익숙해서일까? 외국인 아주머니가 들고 계시던 작은 종이는 신기하게도 멀리서도 너무 잘 보였다. 이어서 주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옆에 서 계시는 할머니, ‘저분이 한나 클라우스 수녀님이신가?’ 한국에서 온 어리둥절하는 세 아이들을 맞아주시는 한나 수녀님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틴스타 선생님들과의 만남은 걱정스러웠던 낯선 나라와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깨끗이 없애주었다. 배가 고프다는 우리들의 말에 가방에서 사탕과 빵을 꺼내 주시는 수녀님의 모습은 친할머니의 마음과 똑같이 느껴졌고 그 편안함에 금세 우리는 한 공동체가 되었다. 우선은 에티오피아에서 온 데스따 선생님과 뉴욕에서 온 갓씨아 선생님, 호주의 버나댓 선생님 그리고 우리들 셋과 한나 수녀님이 전부였다. 공항을 벗어나니 쌀쌀한 바람이 우리를 맞았다. 우리나라의 늦가을 날씨와 같다면 이해가 쉬우려나? 이른 더위에 지쳐가고 있던 나에게는 기분 좋은 바람이었다. 기차를 타고 숙소와 사무실이 있는 시드니 올림픽 파크로 이동을 시작했다. 올림픽 파크에서 마카오에서 온 마리나 선생님이 새로 합류하였다. 우리들은 엑스포가 열리는 달링하버의 박람회 장으로 이동하여 우리들의 부스를 정리하고 기본적인 준비를 한 뒤 헤어졌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세계청년대회와 틴스타 모임이 시작된다는 기대를 안고 말이다.

세계청년대회
행복이라는 단어는 나의 인생에 있어 뺄 수 없는 단어이다. 틴스타를 만난 것과 또 시드니에 오게 된 기회, 그리고 시드니에 와서 일어나는 일들 안에서 넘쳐나는 행복을 경험한다. 우려했던 숙소의 문제도 한인성당의 교민분의 집에서 묵게 되어 아무런 걱정 없이 오히려 더 커다란 선물을 받게 되었다.
세계청년대회 시작의 날, 어느 날보다 햇살이 눈부셨다. 달리하버의 박람회장의 첫날은 의외로 한산했다. 한국에서 준비해 간 틴스타 깃발과 안내책자 그리고 배지는 아주 유용하게 쓰였다. 배지는 너무나도 인기가 있어서 숨겨 놓아야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틴스타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유창하지도 않은 영어로 틴스타를 설명했다. 말이 통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은 어렵지 않았다. 생명이라는 공통점과 하느님이라는 공통점, 그리고 사랑하면서 살아가고 같이 행복을 나눌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각 나라의 대표 선생님들이 속속 도착하셨다. 칠레와 남아공, 이탈리아와 프랑스, 미국 토론토와 버지니아에서도 훌륭한 선생님들이 도착하셨다. 그들과 함께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전했다. 목표가 있었기에 우리들은 말하지 않아도 하나로 통했던 것 같다.
개막미사의 감동도 나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다.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호주의 추기경님의 집전으로 개막미사가 시작되었다. 바다와 석양의 아름다운 경치를 배경으로 제대가 마련되었고 세계에서 모여든 신앙심 가득한 사람들이 미사의 부분을 이루었다. 각 나라 국기들이 휘날리고 우리의 태극기도 그 사이에서 자랑스럽게 휘날리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모두 같이 성호를 그을 때는 눈물이 났다. 온몸에 전율이 돋는 “아멘”의 소리와 수많은 인파들의 주님의 기도를 함께하고 성가를 함께 부를 때는 ‘이것이 하느님의 사랑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오늘의 모든 기도는 분명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기도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지구의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나의 기도가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의 기도가 이뤄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더 많이 전해서 소중한 생명을 더 많이 지킬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물방울이 모여 강물을 이루듯이
각국의 틴스타 선생님들은 한나 수녀님의 지휘에 따라 박람회장과 성당으로 나뉘어 소개특강과 전시, 소개를 계속 하였다. 전 세계 35개국에서 하는 성교육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동안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전 세계의 선생님들과 함께 틴스타를 전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 책임감이 막중해지고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그리고 그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에, 하느님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했다. 성당을 빌려 소개특강의 장소를 확보하고 성당에 모인 사람들을 나라별로 분류하고 그들에게 각 나라의 언어로 틴스타를 소개했다. 한국이란 나라는 작은 나라지만 세계청년대회 안에서의 한국은 컸다. 수천 명의 한국 사람들이 대회에 참여하였고 많은 한국인 봉사자들이 세계의 축제를 진행하였다. 문제가 생겼을 때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우리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었던 한국인 봉사자들에게 마음으로라도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성당을 찾아와 나의 소개특강을 듣고 눈물을 보였던 유학생 부부와 워크숍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던 학생들을 통해 많은 보람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렇게 커다란 힘을 내는 틴스타의 모습을 보면 정말 물방울이 모여 얼마나 커다란 바다가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아름다운 바다가 되는 작은 물방울이기에 행복한 순간이었다. 함께 갔던 틴스타 교사 김정은 사비나와 정혜림 안나의 역할도 빛이 났다. 그들도 역시 반짝이는 물방울이 되어 틴스타를 전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말했다. 본의 아니게 한국의 교사들이 가장 어렸던 관계로 우리 셋은 짐을 나르거나 심부름을 하는 일이 많았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봉사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서로 이해해 주고 도와주면서 서로에 대한 우정도 사랑도 더욱 커졌음은 물론이고 서로에 대한 또 다른 가치의 발견도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틴스타라는 시계가 세계 각국에서 모인 톱니바퀴들과 부품으로 이루어져 이렇게 멋지게 돌아가는 모습에 우리는 모두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틴스타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고 준비해 온 자료들과 안내책자가 다 떨어지도록 전하고 또 입으로 박람회가 끝나는 시간까지 힘을 냈다. 하느님 안에서 그리고 틴스타 안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 생명을 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는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벅찬 감격이었다.

생명의 별과 나
틴스타의 일정이 끝나고 우리는 청년대회의 야영과 폐막미사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폐막미사의 장소인 랜드윅 경마장에 순례를 마치고 모여 있는 다른 참가자들과 합류하였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해는 일찍 저물었다. 저녁 7시가 되자 교황님인 베네딕도 16세가 오셨다. 그리고 성체 현시가 시작되었다. 하늘의 수많은 별들 아래서 그 어떤 별보다도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예수님의 몸을 바라보며 그 순간 그 곳의 모든 이가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숨소리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거룩한 시간 안에서 예수님의 생명과 나의 생명은 같아졌다. 하느님 안에서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모두가 생명이라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 별 아래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함께 누워서 이런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전하면서 정작 자신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을 몰랐던 나였다. 나 역시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틴스타를 통해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게 되고 이렇게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음에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항상 이런 마음으로 살아왔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베푼 모든 것은 그대로 나에게 돌아온다고. 하지만 그 돌아오는 방법과 시간은 같지 않다고 말이다. 나에게 돌아온 사랑과 기회가 내가 베푼 것보다 커다랗게 느껴진다. 더욱 더 베풀고 나눠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더욱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의 나로 담금질해야 할 것이다. 폐막미사는 개막미사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모였다. 교황님과 함께하는 특별한 미사여서 그런지 더욱 경건하고 신비로웠다. 새로움으로 가득한 시드니의 여행은 50만 명이 모인 폐막미사를 끝으로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시드니에서 보았던 많은 사람과 동물, 나무와 바다, 수많은 아름다운 생명… 나는 그들에 의해 생명으로 초대받았다. 생명으로의 초대는 또 다른 생명을 숨 쉬게 한다. 틴스타를 접하고 또 이렇게 사람들에게 생명을 전하는 삶을 살다보니 생명의 소중함은 물론 나의 생명도 정말 가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는 그 가치 있는 생명을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른 이들의 생명은 물론 살아있는 모든 것과 소중한 나의 생명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