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zine_01_07
 
 

조순화 선생(대전교구 가정사목부)

 
 
 

  20년 전, 결혼 뒤 아무 준비 없이 곧바로 첫 아이를 임신하고 난산(難産)한 이후, 임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민하던 저에게 남편이 내밀었던 ‘자연출산조절법의 점액관찰법’이란 작은 책은 저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였고 경이감을 맛보게 하였습니다. 여섯 달 동안 집중 교육을 받았고 점액관찰을 통한 피임법을 사용하던 중 피임의 실수(?)로 ‘덜컥’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작은아이를 임신하게 되었고, 뜻밖의 임신은 큰 두려움과 복잡한 생각으로 불행(?)까지도 느끼게 하였습니다.
그 뒤 20년이 지난 올해 1월, 작은아들과 저는 틴스타 교육을 한 자리에서 다시 받으며, 울컥 하고 치밀어 올라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맛보았습니다.

일찍 신학교 입학을 확정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온 작은아들은, 입국한 다음 날부터 제가 제안한 청소년 지도자양성교육인 ‘틴스타 교육’에 참석하였고, 교육을 받으면서 계속 ‘어려워요… 참 어렵네요.’하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엄마를 배려하고 또 앞으로 삶에 도움이 되는 교육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내용이 어려워 이해를 다 할 수 없는 그 시간을, 어쩌면 지겨웠을 그 시간을 기쁜 마음과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듣고 있었습니다. 그 아들의 등을 뒤에 앉아 바라보며, 저는 20년 전 실수(?)로, 준비도 없이, 결코 반갑지 않게 받아들인 작은아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고 가슴이 천근으로 눌려지는 아픔과 감사의 마음이 복잡하게 올라오는 느낌을 맛보았습니다.

교육을 마치고 돌아온 날 저녁, 우리 가족은 성에 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큰아들이 조금은 당혹스러운 질문을 작은아들에게 던지자, “형! 틴스타 교육을 받으면 모두 풀어질 궁금증이야.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받아 봐.”하고 소리 없이 웃으면서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더 할 수 없는 믿음과 신뢰를 느꼈습니다. 아울러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작은아들은 중학교 시절 사귀던 여자 친구와 어쩔 수 없는 가슴 아픈 이별의 감정을 떠올리며, 그 순간 여자 친구의 마음은 어떠하였는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은 지금 생각해도 결코 순간적 열정이 아니라 지속적 사랑이었다고 자신 있게 고백하였습니다. 작은아들의 이런 작은 사랑이야기를 들은 저는 지금 소망합니다.
어떠한 상황이었든 자연출산조절법을 사용하던 저를 통하여, 작은 생명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시고, 그 작은 생명을 당신의 협조자로 부르시어 당신 나라를 세우시는 도구로 삼으시겠다는 ‘그분’의 뜻을 받아들인 작은아이가 하느님을 향한 오롯한 사랑이 순간적 열정이 아닌, 지속적 사랑으로 꽃피우고 열매 맺게 되기를…….

열흘 동안의 입학 피정을 마치고 입학식에서 만난 아들이 가족과 이별하면서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그리고 계속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부모님과 형도 계속 행복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저는 작은 생명 안에서 활동하시며 섭리하시고 역사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느낍니다.